'찰나'에 해당되는 글 150

  1. 2014.10.11 시월의 제주
  2. 2014.10.05 각자의 밤 당신들의 밤 2
  3. 2014.10.01 6
  4. 2014.09.20 4
  5. 2014.09.13 - 6
  6. 2014.09.10 -
  7. 2014.07.28 여름의 풍경 2
  8. 2014.06.05 2014년 5월 2
  9. 2014.05.18 봄군산 8
  10. 2014.01.28 시간

시월의 제주


산굼부리 억새


제주 바다 앞, 겉만 튼실한 나.


출장이어서 솔직히 가기 싫었다.
내 휴가를 내어 나는 좀 쉬고 싶었다.

여의치 않았으므로,
좋은 공기와 맑은 하늘로 만족하기로 한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니
역시나 그래도 저 때가 좋았구나.

각자의 밤 당신들의 밤


기다리던 피톤씨의 공연이 있던 시월의 휴일.
그간의 피로가 몰려와 늦게 일어났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배를 채우고 올팍에 내리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아 예쁘다.

입구에 이렇게 이쁜 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커플들의 공습으로
혼자인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늘이나 찍고 있었다.
하아 나도 이 앞에서 찍고 싶었어ㅜㅜ

날씨가 많이 차가웠다.
급조한 담요덕을 톡톡히 보았다.

저 안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좀 멀리 돌아 다녀왔더니 이미 공연장엔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담하고 그래서 좋았다.
화면에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소리,
공연 시작 전 반옥타브쯤 올라가 있는 상기된 공기, 낮은 음악.

불이 꺼지고,
각자의 밤이 흘러나온다.

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저절로 어깨를 들썩였다.
화면에
음악과 함께 글귀들이 지나갔는데
너무 좋아서 마음이 글썽이고 벅찼다.

그리고 그가 등장했다.
무대장치 뒤에서 연주하고 있던 그가.

아 멋있다.
연주하는 모습이 참 근사하구나.
각자의 밤은 연주곡인데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싶었다.

무대는 멀어졌지만
이 순간
나 참 행복했다.
두근두근 벅참벅참.

야외 공연이라 변수가 많았고
이 점은 파스텔 쪽에 항의를 하고 싶었으나,

가을밤 만난 각자이며 함께였던 밤은
충분히 좋았다.

어엿한 3집 가수라며 웃던 그는,
예전의 수줍음은 다소 사라진 것 같았으나
여전히 차세정이었다.

혼자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
혼자 어색했지만
혼자여서 좋았다.

꽤 괜찮았던 시월의 밤.
가을밤, 그 안에서 가슴아프고
그래도 제법 담담했던 나를 만나
반가웠다.



가을이구나
멜론 정액을 끊게 만든
김동률과 피톤씨,
그리고 윤덕원.
가사가 참.

며칠 째 열두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지금 이 시각도 회사로 가고 있는데
나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원체 잠을 잘 못 자는데다
오고가고 거리와
일에 대한 부담감.
근 십 개월 만에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한없이 지치기만해.
그래도 웃어야한다는 것도 힘들고.

-



출근길에 별안간에 갈비뼈 안쪽에 통증이 심해서
급히 의무실에.
입사 후 처음 와본 의무실,
앉아 있자니
뭔가 처량맞은 기분이었다.



추석연휴였던가.
스폰지하우스에서는 맥주를 판다는 걸 처음 알았다. 빨대 꽂아서 자유의 언덕을 보았다.



여긴 어디지
광화문 어딘데 상호가 생각이 안 난다.
이런 게 요즘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 테라로사였던가.



어느날의 하늘.
꼭두새벽에 나와서 출근한 어느날이겠지.



처음으로 혼자 술마셨다. 아마도 낮이었을 거다.
술일까 음료일까 애매한 그것은 샹그리아.
맛있어서 하나 더 마실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핸드폰 속 사진들을 보니
하늘 아니면 나무 그도 아니면 또 하늘
아니면 무언가 곤란한 표정의 내 사진들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다가
피곤해서 그만둔다.

-

 

 

도로에 차가 없다.

 

걷다가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런 하늘이라니.

넋을 놓고 바라보다 마을버스를 놓칠 뻔 했다.

잰걸음으로 뛰듯 걸음을 옮기면서도 자꾸 뒤돌아보았던

하늘 하늘 하늘.

 

 

여름의 풍경


경주를 보고 나온 밤이었던가.
조금 쓸쓸하다 생각하면서 이 사진을 찍어 슉에게 보냈다.

지난주에는 제법 비다운 비가왔다.
여의나루 어디쯤의 아침 버스.

여기 앉아 보는 비내리는 올팍의 풍경이 예뻐서
다음날 한 번 더 갔다.

몽촌토성역 1번 출구로 나가다보면
이런 하늘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문득 돌아보니 여름도 절정을 지난 것 같다.
나는 어디쯤을 걷고 있는 걸까.
걷고 있기는 한지.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말뿐이지 전혀 도무지.

2014년 5월

 

 

후아.

나무가 참 크다.

오대산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에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등산복 따위는 입지도 않은,

서른 넷의 여자를 사람들이 힐끔거린다.

 

 

 

할랑할랑 걸으려고 훌쩍 떠난 길인데

이런 편한 길은 몇 되지 않았고

 

 

심지어 맨발로 물을 건너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길 잘 했다고

계속해서 생각했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나는 발과 그림자를 찍는 걸 좋아한다.

아마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막막하거나 문득 두려워질 때

내 발을 찍나보다,고

새삼스레 깨달았던

한, 순간.

봄군산

 

 

벼르던 봄의 군산에는

 

 

벚꽃이 한창이었다.

벚꽃잎만큼 바람도 많이 불어서

꽃을 바라보는 눈이 시리고 몸도 시렸다.

 

 

오랜만에 나선 오랜 친구와의 여행에서

우리는 거의 말이 없이 그냥 그냥 툭툭 뜬금없는 이야기들을 내뱉거나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렇게 오래오래 기억될 순간들 속에 각자,

그리고 함께 놓여있었다.

이 카페에서 말 그대로 하염없이 벚꽃들을 바라보다가

 

 

때마침 흘러나오던, 어떤 노래에, 제목도 모르고 노래를 부른 사람도 모르는 어떤 노래에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2014년 봄군산

그렇게 나는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시간


시간이 간다.
속절없이 간다.
퇴근하는데,
어제와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주변이 밝다.
아주 밝은 게 아니라
어제보다 아주 조금,
그렇지만 눈치는 챌 수 있을 정도로 밝아졌다.
해가 길어진 걸까.
고개한번 갸웃하는 이런 여자를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다.
어지러워서 술에 취한 사람마냥 조금 위태롭게 걷는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1월도 하순.
곧 봄이 오고 여름도 오고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듯 가을도 올테지.
그래서 다행이다.


내일도 나는 퇴근길 빛깔이 달라지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여자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