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밤 당신들의 밤


기다리던 피톤씨의 공연이 있던 시월의 휴일.
그간의 피로가 몰려와 늦게 일어났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배를 채우고 올팍에 내리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아 예쁘다.

입구에 이렇게 이쁜 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커플들의 공습으로
혼자인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늘이나 찍고 있었다.
하아 나도 이 앞에서 찍고 싶었어ㅜㅜ

날씨가 많이 차가웠다.
급조한 담요덕을 톡톡히 보았다.

저 안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좀 멀리 돌아 다녀왔더니 이미 공연장엔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담하고 그래서 좋았다.
화면에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소리,
공연 시작 전 반옥타브쯤 올라가 있는 상기된 공기, 낮은 음악.

불이 꺼지고,
각자의 밤이 흘러나온다.

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저절로 어깨를 들썩였다.
화면에
음악과 함께 글귀들이 지나갔는데
너무 좋아서 마음이 글썽이고 벅찼다.

그리고 그가 등장했다.
무대장치 뒤에서 연주하고 있던 그가.

아 멋있다.
연주하는 모습이 참 근사하구나.
각자의 밤은 연주곡인데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싶었다.

무대는 멀어졌지만
이 순간
나 참 행복했다.
두근두근 벅참벅참.

야외 공연이라 변수가 많았고
이 점은 파스텔 쪽에 항의를 하고 싶었으나,

가을밤 만난 각자이며 함께였던 밤은
충분히 좋았다.

어엿한 3집 가수라며 웃던 그는,
예전의 수줍음은 다소 사라진 것 같았으나
여전히 차세정이었다.

혼자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
혼자 어색했지만
혼자여서 좋았다.

꽤 괜찮았던 시월의 밤.
가을밤, 그 안에서 가슴아프고
그래도 제법 담담했던 나를 만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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