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해당되는 글 150

  1. 2010.08.27 선물 같은 4
  2. 2010.07.01 - 14
  3. 2010.06.24 元賢貞 2
  4. 2010.06.21 6
  5. 2010.06.21 뒷모습 6
  6. 2010.04.04 -
  7. 2010.03.27 바람이 분다, 가라 12
  8. 2010.03.18 늦은 밤 4
  9. 2010.03.16 - 2
  10. 2010.03.01 3월 20

선물 같은



만남

그 밤, 공기.

서른의 생일선물이었다,고
 
내 멋대로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도,

속으로 되뇌였던 그 밤



나는 저렇게 웃고 있었구나.

-





-저 잘 지내요. 어젯밤엔 너무 깊이 잠들어서 전화벨 소리를 못 들었어요. 아버진요?

-나도 잘 지낸다.
  나.도.잘.지.낸.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내 마음 안에서 울려퍼졌다. 나도 잘 지낸다는 평범한 말이 이렇게 큰 울림을 가지고 다가올 줄이야. 소식이 끊긴 미루가 나.잘.지.내, 라고 전화해주었으면.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는 그가 나. 잘.지.내.고.있.어, 라고 해주었으면. 나는 수화기를 든 채 아버지의 숨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나.잘.지.내.고.있.어, 라는 이 평범한 말을 단이에게서 들을 수 있다면.

......


  어떤 시간을 두고 오래전, 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 앞에서도 불가능하거나 의문으로 남을 일들.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어느새

제가 좋아하는 7월이 왔네요.

여름에, 잠시 블로그를 쉴까 해요.

제게,

그리고 여러분께

가슴 뜨거운 여름이길 바라는 맘이에요.


:)


元賢貞




어질고 곧게



Minolta X-700  by SUK





무심하고 차갑고 사나워보이지만

사실

하나도 그렇지 않은

헛점투성이에 찌질한 나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시무룩해지던 마음들.

그러나 다시 여기서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나.

그런 나를, 오늘은 가만 가만 쓰다듬어주고 싶다.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그렇게.


photo by suk

뒷모습




슬퍼 말고

앞으로 가자


오롯이 내 걸음으로

photo by suk

-



흐르는지 몰랐던 시간이 벽에서 튀어나와 거울을 내밀기 시작했다.

......


그는 1권이 없는 책 같았지요. 어떻게 살아왔는지 통 말하지 않더군요.


김성중, 개그맨 中



문득 멈칫거렸던.

바람이 분다, 가라


  요즘 읽고 있는 한강의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읽기가 힘들다. 더디다.
  '안 읽힌다'는 것이 아니라,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다는 얘기다.

  작가의 말에
  '이 소설 때문에, 여름에도 몸 여기저기 살얼음이 박힌 느낌이었다'라는 글귀가 있다.

  그 살얼음이 내게도 박힌 것인가.
   

늦은 밤

  이렇게 혼자 깨어 있는 것이 좋기도 하고 반면 참 외롭기도 하다. 문득 돌아보니(사실 돌아보기 후회하기 지난일 속속들이 들춰내 다시 생각하기는 내 특기이다) 3월도 반이 지났다. 3월도 반이 지났다, 라고 쓰고서도 실감은 잘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요즘엔 시간이 참 빠르다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내 기준에서 큰 변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한데 아직까지 그 변화 속으로 일백프로 걸어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일까. 주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살아가던 나를 다소나마, 혹은 고무적으로 부풀어 오르게 했던 설렘 비슷한 무언가가 벌써 기운이 쇠하나 보다. 낮게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밤이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데, 이제 그런 가라앉음은 사양하고 싶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고 마음이 그만큼 크는 것은 아니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지 않았던가. 자책하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약해지지 말고 툭하면 글썽이지 말고 너무 곤두서지도 말며, 나를 생각하자.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밤. 뜬금없이 샘솟는 자기애. 지하철을 타기 전 타게 되는 버스가 첫 직장 앞을 지난다. 불이 켜져있기도 하고 꺼져있기도 한 그곳을 버스 안에서 바라보면, 마치 타인처럼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오 년이 지났으니 나는 오 년 만큼 성장한 것일까를 생각하다, 그런 따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타인의 삶 같은 시간. 그래도 그 시간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여 더 슬픈가.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구멍 숭숭 빈틈투성이인 내가. 생뚱맞은 결론일지라도.

-



꿈들! 언제나 꿈들을!




- 보들레르





3월




3월

그래

이제 3월.


당신의 3월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