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
나무가 참 크다.
오대산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에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등산복 따위는 입지도 않은,
서른 넷의 여자를 사람들이 힐끔거린다.
할랑할랑 걸으려고 훌쩍 떠난 길인데
이런 편한 길은 몇 되지 않았고
심지어 맨발로 물을 건너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길 잘 했다고
계속해서 생각했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나는 발과 그림자를 찍는 걸 좋아한다.
아마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막막하거나 문득 두려워질 때
내 발을 찍나보다,고
새삼스레 깨달았던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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