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해당되는 글 150

  1. 2009.11.23 - 4
  2. 2009.11.22 -
  3. 2009.11.20 시트콤 14
  4. 2009.11.20 2009 독서 리스트 4
  5. 2009.11.20 그 누구도 아닌
  6. 2009.11.10 불면 14
  7. 2009.11.09 빌미 4
  8. 2009.10.15 서울 막걸리 16
  9. 2009.10.10 역시 가을은 12
  10. 2009.10.06 아 어쩌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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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장마가 찾아왔고,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달리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장마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마도 나나가 아니라 그녀에게, 그것도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를 건 까닭은 어쩌면 장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우리는 날씨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차라리 쏟아져 내리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흡족할 것을, 내리는 둥 마는 둥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장마에 대해서, 균질하게 하늘을 가득 메운 무미건조한 회색에 대해서, 뜨겁고 뜨겁고 뜨겁기만 한 여름 햇살을 향한 본능적인 그리움에 대해서. 나는 장마가 계속 이어지는 탓에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녀는 내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어느 결엔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맞아. 좋았어. 우리 참 좋았어. 그렇긴 하지만 우린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그 말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또 슬프게 만들었다. 우선 '맞아'라는 말 때문에, 그 다음에는 '그렇긴 하지만'이라는 접속사 때문에. 맞아. 그렇긴 하지만. 맞아. 그렇긴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얼마간 나는, 예컨대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주방 테이블 위에 식빵을 일렬로 쭉 늘어놓으면서, 혹은 도서관 앞 휴식공간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마치 나의 앞날처럼 불안하고 흐릿하기만 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말을 되뇌었다.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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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에 취했으므로 우리는 차창을 다 열어놓았다. 어디선가 탁탁탁 규칙적으로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머리카락이 자꾸만 열어놓은 창문 바깥으로 흩날렸다. 종현의 택시는 한남동을 지나 소월길로 접어들었다. 종현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바흐의 칸타다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도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종현아"라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종현아"라고 한번 더 불렀다. 그리고 나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종현은 전방의 도로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종현의 손을 뿌리쳤다. 종현이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봤다.

- 김연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中 

시트콤

며칠 코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서 병원에 갔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요.
약을 처방하던 의사가
"콧물약은 좀 졸릴텐데 괜찮으세요?"
구부정하게 앉아서 증상을 얘기하고 있던 나는 일순 허리를 꼿꼿히 펴고 대답했다.
"졸리면 좋죠!"
터무니없이 큰 내 목소리에 모니터를 향해있던 의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다시 쪼그라드는 내 목소리.
"잠을 원체 잘 못 자서요...."

저녁약,이라고 적힌 약봉지가 지금 내 옆에 있다.
저녁을 먹고 저녀석을 먹으면 푹 잘 수 있으려나.
오늘 밤을 기대해본다.


삶이 시트콤이다.

2009 독서 리스트

레고로 만든 집, 윤성희 (민음사)
완득이, 김려령 (창비)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무중력증후군, 윤고은 (한겨례출판)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레디앙)
여행자 토쿄, 김영하 (아트북스)
소설을 살다, 이승우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김연수 외 (문학사상)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살림)
양치는 언덕, 미우라 아야코 (소담)
꽃피는 고래, 김형경 (창비)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2009), 고은주 외 (현대문학)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작가정신)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문학동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랜덤하우스코리아)
그늘의 발달, 문태준 (문학과지성사)
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 (씨네21)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정신)
알파의 시간(2009년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하성란 외 (현대문학)
지금 행복해, 성석제 (창비)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스페인 산티아고 편), 김남희 (미래인)
노서아가비, 김탁환 (살림출판사)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은행나무)
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문학동네)
대성당, 레이먼드카버 (문학동네)
열외인종 잔혹사, 주원규 (한겨례출판사)
세계의 끝 여자 친구, 김연수 (문학동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 (한겨례 출판)
눈의 여행자, 윤대녕 (중앙M&B)
어느덧 일주일, 전수찬 (문학동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문학동네)
작별, 정이현 (마음산책)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문학동네)
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은행나무)
1Q84(BOOK2),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제중원(1, 2), 이기원 (삼성출판사)
아웃, 주영선 (문학수첩)




+ 고루 고루 많이 읽읍시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모르겠다면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나는 볼 수 없는
내 뒷모습같은
그런 마음이 있는 걸까.

그래서 볼 수 없는 걸까.

불면


불면의 나날들.

빌미

책이 사라졌다.
사실 마지막으로 읽은 지가 꽤 되어서 언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도 기억 나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에게 혹시 내가 그 책 안 빌려줬죠? 라고 물어보았으나 당연하게도 그들의 대답은 노.
책이 많은 것도 아니고 코딱지만 한 방에서 왜 그 책 한 권만 없어졌느냐 말이다.
그것도 아끼던 책이.



날 서있던 위태로운 마음의 결이 이때다 빌미를 삼아 뾰족거린다.



서울 막걸리

  생각해보니 서울 막걸리를 마셔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말로만 들었고 보기도 많이 봤던 서울 막걸리. 먹을 땐 홀짝홀짝 잘 넘어갔는데, 이게 또 버스를 타니 고역이었다. 나보다 내 옆자리 사람들에게 더 고역이었겠지만. 그래서 사실 숨도 작게 쉬느라 힘들었다. 친구 두 녀석을 만나서 푸짐한 보쌈과 파전과 칼국수와 죽과, 셋이 막걸리 한 병(한 명은 먹지 않았으니 둘이 한 병). 아 배부르다 배불러. 퇴근 후 부랴부랴 만나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하면서(가끔 아니 자주 서로의 이야기를 듣자 마자 딴 얘기를 한다. 그것이 오래된 친구들의 특징이다) 맞장구도 치고 잔도 부딪치고 그러면서도 먹을 건 다 먹으면서, 사실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위로가 별 거 인가 싶지만 위로, 사실 그거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많은 행위들을 하면서 실은 서로를 혹은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던 거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지면서 문득 이렇게 뜬금없이 찡해질 때가 있는데, 경계도 없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코끝으로 느끼면서 종종걸음으로 막차에서 내려 따순 물에 샤워하고 꺼억 트림하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내가 있어서 그대가 있어서 그대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위로해 줄 수 있어서, 위로 받을 수 있어서, 그 사람 정말 싫어,라는 말 뒤에 바로 나 파마하고 싶다! 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어서. 
  두서없는 내 얘기가 뜬금없어도 할 수 없다. 나 오늘 서울 막걸리 마셨다!

역시 가을은






식욕의 계절인가...


이 시간만 되면 간절하게 무엇인가 먹고 싶다.

오동통 볼살이 오른 내가

그래도 나는 좋다.



그러니까



짜파게리 끓여 먹자!

(응?)

아 어쩌나

엑시무스로 찍은 두 롤의 필름. 필름스캔하여 씨디 한장에 받았었다.
어제 몇 장 포스팅하고 나머지 사진을 오늘 포스팅 하려고 보니, 안 읽힌다...
아아 어쩌지. 깨진 것인가.
우쒸. 두 롤이 다 깜깜.. 읽히지도 않고 자꾸 다운된다.
아까 회사에서 포스팅할 때 자꾸 버벅대길래 애꿎은 회사 컴만 탓했는데
집에서도 그런다. 다른 씨디들은 다 잘 읽히고.
아~ 내 사진들!!! 여행가서 찍은 사진들!!

우짜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