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막걸리

  생각해보니 서울 막걸리를 마셔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말로만 들었고 보기도 많이 봤던 서울 막걸리. 먹을 땐 홀짝홀짝 잘 넘어갔는데, 이게 또 버스를 타니 고역이었다. 나보다 내 옆자리 사람들에게 더 고역이었겠지만. 그래서 사실 숨도 작게 쉬느라 힘들었다. 친구 두 녀석을 만나서 푸짐한 보쌈과 파전과 칼국수와 죽과, 셋이 막걸리 한 병(한 명은 먹지 않았으니 둘이 한 병). 아 배부르다 배불러. 퇴근 후 부랴부랴 만나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하면서(가끔 아니 자주 서로의 이야기를 듣자 마자 딴 얘기를 한다. 그것이 오래된 친구들의 특징이다) 맞장구도 치고 잔도 부딪치고 그러면서도 먹을 건 다 먹으면서, 사실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위로가 별 거 인가 싶지만 위로, 사실 그거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많은 행위들을 하면서 실은 서로를 혹은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던 거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지면서 문득 이렇게 뜬금없이 찡해질 때가 있는데, 경계도 없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코끝으로 느끼면서 종종걸음으로 막차에서 내려 따순 물에 샤워하고 꺼억 트림하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내가 있어서 그대가 있어서 그대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위로해 줄 수 있어서, 위로 받을 수 있어서, 그 사람 정말 싫어,라는 말 뒤에 바로 나 파마하고 싶다! 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어서. 
  두서없는 내 얘기가 뜬금없어도 할 수 없다. 나 오늘 서울 막걸리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