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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에 취했으므로 우리는 차창을 다 열어놓았다. 어디선가 탁탁탁 규칙적으로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머리카락이 자꾸만 열어놓은 창문 바깥으로 흩날렸다. 종현의 택시는 한남동을 지나 소월길로 접어들었다. 종현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바흐의 칸타다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도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종현아"라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종현아"라고 한번 더 불렀다. 그리고 나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종현은 전방의 도로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종현의 손을 뿌리쳤다. 종현이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길 옆으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봤다.

- 김연수,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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