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이렇게 혼자 깨어 있는 것이 좋기도 하고 반면 참 외롭기도 하다. 문득 돌아보니(사실 돌아보기 후회하기 지난일 속속들이 들춰내 다시 생각하기는 내 특기이다) 3월도 반이 지났다. 3월도 반이 지났다, 라고 쓰고서도 실감은 잘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요즘엔 시간이 참 빠르다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내 기준에서 큰 변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한데 아직까지 그 변화 속으로 일백프로 걸어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일까. 주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살아가던 나를 다소나마, 혹은 고무적으로 부풀어 오르게 했던 설렘 비슷한 무언가가 벌써 기운이 쇠하나 보다. 낮게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밤이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데, 이제 그런 가라앉음은 사양하고 싶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고 마음이 그만큼 크는 것은 아니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지 않았던가. 자책하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약해지지 말고 툭하면 글썽이지 말고 너무 곤두서지도 말며, 나를 생각하자.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밤. 뜬금없이 샘솟는 자기애. 지하철을 타기 전 타게 되는 버스가 첫 직장 앞을 지난다. 불이 켜져있기도 하고 꺼져있기도 한 그곳을 버스 안에서 바라보면, 마치 타인처럼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오 년이 지났으니 나는 오 년 만큼 성장한 것일까를 생각하다, 그런 따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타인의 삶 같은 시간. 그래도 그 시간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여 더 슬픈가.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구멍 숭숭 빈틈투성이인 내가. 생뚱맞은 결론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