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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13 2019 마지막 공연
  2. 2019.11.12 오랜만에
  3. 2017.05.12 수영
  4. 2017.05.08 지나버린 봄
  5. 2017.05.05 걷고 또 걷고
  6. 2017.04.22 9와 숫자들, 더디스코그라피
  7. 2017.04.20 봄하늘
  8. 2017.04.17 송재경 공연 5
  9. 2017.02.17 우리가 가장 가까웠을 때
  10. 2017.02.07 커피 2

2019 마지막 공연

2019년 12월 8일 연대 백주년 콘서트홀.
정재형이 만드는 음악회.

여름 공연을 보며 다음 공연엔 무조건 가야겠다 생각했고 연말 공연까지 왔다.
이번 공연도 은희와.
내년엔 아주 작은 곳에서의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때도 가야지.

지난번 보다 음악요정의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었다.
주닐정 공연에서 처음 들었던 '내 안에 작은 숲'은 들을 때마다 마음 어딘가를 건드려 결국은 울게 한다. 안단테 역시 그렇고.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호른까지. 꽉 찬 선율들에 일렁일렁.
코끝 찡하게 추운 날씨였다면 더 좋았겠다.

게스트로 곽진언과 권진아가 나왔다.
좋아하는 곽진언. 오늘은 야구모자도 벗고 꼬까옷도 입었던데 어찌나 귀엽던지. 목소리야 말할 것도 없고.

오호홍 웃는 음악요정의 콧소리에 따라 웃으며
연말이 별 건가, 쓸쓸해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얼마나 갈지 모를 다짐이지만 자주 하다보면 가깝게 갈 수 있겠지.

오랜만에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랜만에 무언가 남기고 싶어 다시 돌아왔다.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어찌가는지도 모른채 관성처럼 살아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가 여의도에 온다는 소식에 점심을 건너뛰고 가서 가을볕 아래 꿈인가 싶은 표정으로 어깨를 흔들흔들했던 그런 순간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히 있다. 그게 중요한 건데 그럼에도 자꾸 잊는다.

사모해마지않는 김연수 작가의 수필집 <시절일기>를 머리맡에 두고 자주 뒤적이고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가 오래 시선을 주다가 덮었다가 한다. 곁을 내어주고픈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뜬금없이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부터 가을이 짙어지는 내내 기회가 되면 작가를 만나러 다녔다. 그 공간에서의 시간들이 나를 잠시 괜찮게 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같은 시절을 살고 있음에 고맙고 또 안심이 되는 사모해마지않는 김연수 작가가 오래도록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나쁜 일은 글쓰기로 사라진다고 작가가 말했는데, 나는 아직도 쓰지를 못하겠다. 서성이는 걸까. 언제까지 서성이기만 할 것인지. 그럴거면 쓸쓸해지지나 말것이지.

수영

아 평생 처음이라구요.
초급반인데
진도 왜 이리 빠른가요.
이러면 동기녀석 말대루
하루 가고 끝일지도 몰라요 흑흑

지나버린 봄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도망가 버린 봄.
아주 오랜만에 디카에 미놀타렌즈를 물려서 몇 장 찍었던 봄날.
점심 시간 짧은 산책길이었는데도
디카와 렌즈의 조합이 무거워 손목이 아팠다.
진짜다.

걷고 또 걷고

공주 동학사
그리고 부여의 부소산성.

좋아하는 연둣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초록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5월의 어느 미세먼지 가득한 한낮
걷고 또 걸었다.

9와 숫자들, 더디스코그라피

주말의 오후

공연 시작 직전,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

유예와 보물섬을 현장에서 듣다니

신난다 신난다

인사. 아이고 제가 더 고맙습니다!
같이 배꼽인사 하고 싶었던!
이 날 들었던 착한 거짓말들의 후주 연주는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아쉬운 밤

집에 가려면 또 먼 길

봄하늘

봄의 하늘
나도 모르게 세상 못난 표정이었을 퇴근길
찌푸린 미간이 저절로 순해지던
마법같은 순간

하루를 또 잘 지나왔구나

송재경 공연

송재경.
이 사람, 참 근사하다.

9와 숫자들의
12월의 춘천 공연과 4월의 홍대 공연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혼자하는 공연 소식을 들었다.
예매를 했지만 지정 좌석이 아닌
선착순 입장이었다.
일찍가리라 마음 먹고 나선 길이었다.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어폰을 꼽고 멍 때리다가 몇 정거장을 더 가고 말았다.
익히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경희궁 뒷골목에서 또 함참을 헤맸다.
요즘 매사가 이런 식이다.
잘 해야지 하는 일에서
실수를 하고 허둥대고
그래서
왜 이리 자신이 없어요? 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이내 시무룩해지고 마는 그런 날들.

여하튼
그리하여 허둥지둥 경희궁 근처의 여유로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도착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이미 그의 고정(?)팬들이 앞자리를 다 차지한 상태였다.
쭈볏쭈볏 자리를 찾다가
사이드 테이블에 앉아도 된다길래
맥주 한잔을 주문해서 오도카니 혼자 앉았다.
허리에는 많이 무리가 될 것 같았지만
일반 좌석보다 높아서 무대가 잘 보일 것 같았고
무엇보다 혼자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그가 앉은 방향이 내 쪽이어서
너무나 가깝게 듣고 볼 수 있었으니.
작은 공간을 꽉 채우던
그의 목소리
기타소리.
음원으로 듣지 못했던,
흔한 표현이지만 주옥같은 미발표곡들.
맥주 때문이었나
아님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스티로폼의 기타소리와
즉흥적인 것으로 보인, 그럼에도 너무나 근사했던
그가 두둥두둥 기타 바디를 두드리는 소리에 맘이 글썽였다.
손금,을 들을 때는
아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일렁여서 혼났다, 울지 않으려고.
어찌 이런 가사를 쓰는 걸까.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인 이 사람은
어찌 이리 근사하고
어찌 이리 어른 같은가.
어찌 이리 타인을 위로하는가.

공연이 끝나고
팬들과 다정히 인사해주는 그를 멀리서 보다 나도 사진 찍기를 청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악수도 청했다.
바들바들 떨면서.

혼자 터덜터덜 경희궁 뒷길을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너무 쓸쓸한 거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니 거의 매 순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불러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런데 또 그 쓸쓸함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신기했다.
적당한 쓸쓸함이었다고 해야 할까.

봄밤
봄의 밤
그랬던 밤.

그나저나
손금이 음원으로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공연 중간에 한 번 더 불러줘서 얼마나 좋았던지!
솔로곡 나온 지 너무 오래 아닙니까!!

우리가 가장 가까웠을 때

박준하 단독 공연.
벨로주, 평일 늦은 8시.

예매한 걸 잊고 있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정말 많이 망설였다.
가도 되나, 이 지경인데.

전날 저녁도 먹지 않고
누워만 있었던 덕인지
다음날 휴가를 내 놨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견딜만 했다. 정신 승리인가.

드럼 치는 사람은 늘 멋있어서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넋을 놓고 보았다.
아 멋있다.
박준하씨와 아이 컨택을 하며 씨익 웃을 때 나도 모르게 광대폭발.
합주,라는 건 언제나 황홀하다.
그 안에 자유로운 질서가 있어서 더.

그러나 마지막 세션 소개 때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좋았을 정보를.
새신랑이라며.
그래, 그렇지.
근사한 사람 옆엔 임자가 있는 게 아니라
요즘엔 꼬꼬마들이 있더라. 맙소사.

드럼.
대체로 모든 것에 심드렁한 내가 유일하게 눈을 반짝이는 것인데
배워볼까 용기를 내려는 시점에
허리가 이리 되어서
갑자기 더 배우고 싶어져 버렸다.

이건 박준하씨가 여행 때 직접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어둡고 핸드폰이라 사진이 이 모양.

그의 모든 음악을 듣지 못하고 간 공연이어서
아는 곡 반 모르는 곡 반이었다.
생각보다 리듬감 있는 곡들이 많았다. 무심코 패스했던 곡들이 기타와 드럼 베이스를 온전히 현장에서 들으니 다르게 다가왔다.

유행에 민감한 여자라
A형 독감으로 혼미한 상태에서
백번은 들었던 것 같은 있지, 의 원제는
우리가 가장 가까웠을 때, 란다.
연인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가장 오래 들여다 볼 때는 아마 헤어지는 순간이 아니겠냐는 그의 말에
덜컹 놀랐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걸 멀리서 보다가 그냥 돌아섰다.
이상하게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사인 받는 게 부끄럽다.
하하. 결론은 이제 그래서 사인 받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휴가.
일이 자꾸 들어오는데 허리는 신호를 보내서.
병원에 가볼 심사로 낸 금쪽같은 내 휴가.

병원에 가기 전 아까워서 잠시 들른 스벅.
사람이 거의 없고
대신 빛이 가득하다.

속은 시끄럽지만
그래도, 잘 지나가 보자고 다짐한다.
매번 다짐만 하는 게 함정!

커피

주로, 라떼.
행동반경에 드립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으므로.
대체 한 달에 얼마를 커피값에 쓰는 걸까 따져 보려다 그만둔 게 부지기수.

맛보다는 습관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은데
그럼 뭐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