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랜만에 무언가 남기고 싶어 다시 돌아왔다.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어찌가는지도 모른채 관성처럼 살아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가 여의도에 온다는 소식에 점심을 건너뛰고 가서 가을볕 아래 꿈인가 싶은 표정으로 어깨를 흔들흔들했던 그런 순간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분명히 있다. 그게 중요한 건데 그럼에도 자꾸 잊는다.

사모해마지않는 김연수 작가의 수필집 <시절일기>를 머리맡에 두고 자주 뒤적이고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가 오래 시선을 주다가 덮었다가 한다. 곁을 내어주고픈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뜬금없이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부터 가을이 짙어지는 내내 기회가 되면 작가를 만나러 다녔다. 그 공간에서의 시간들이 나를 잠시 괜찮게 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같은 시절을 살고 있음에 고맙고 또 안심이 되는 사모해마지않는 김연수 작가가 오래도록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나쁜 일은 글쓰기로 사라진다고 작가가 말했는데, 나는 아직도 쓰지를 못하겠다. 서성이는 걸까. 언제까지 서성이기만 할 것인지. 그럴거면 쓸쓸해지지나 말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