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래전, 그러니까 학창시절(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나이 든 거 같네) 내내 짝사랑 하던 아이가 있었다.
참 무던히도 오래도록 좋아했더랬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인 이달 초였던가, 지난달 말이었던가.
정말 오랜만에 다니던 중학교 근처를 가게 되었는데
그 시절 매일 서성이던 그 길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아, 참 많이도 변했더라.
그리고 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도 변한 것 같더라.
가끔 그 아이가 보고싶기도 한데
어쩌면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시절 속의 내가 보고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변한 건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어서
애꿎은 저 길만 왔다 갔다 서성이다 돌아왔다.
왜 그리 마음이 울적하던지
저 장미가 꼭 눈물방울 같았다고 하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들, 웃으실 건가요?
그냥요. 제가 그랬다구요, 저 날.
느즈막히 일어났다.
생각이 많아지고, 정확히 말해 불안과 걱정이 많아져
우울海에 허우적거릴 것 같아
아침을 먹고 청소를 시작했다.
쌓아놓고 사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너저분한 방이 꼭 내 머릿속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서둘러 끝내고 싶었는데 마음과 달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걸 정리하면 저게 보이고,
결국 시간은 많이 걸렸는데 정리된 건 별로 없다.
정리해야지, 폼만 잡고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쩌면 그게 내가 살아왔던 모습인지도.
옷을 정리하고 서랍을 정리하는 사이 사이 끼어드는 불안과 걱정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져버리거나 토닥토닥 감싸안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방을 정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닐텐데
나약한 나는 또 이러고 있다.
어찌됐든 걸레로 방바닥까지 훔쳐내고 나니 뭔가 좀 개운하긴 하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블로깅 좀 하다가
뭐가 됐든 내키는 걸 해야겠다.
정리해야지 결정해야지 너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누가 뭐래도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해야지.
날로 먹을 수 있는 건 없는 법.
하나 하나 정성을 기울이다보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오후 두시, 컴퓨터 앞에서 주저리 주저리
까짓껏.
행복해주지 뭐.
다 잘 될거니까.
잘가라 2007년.
12월이다.
숫자가 뭐 그리 대수겠냐만,
별 것 아니겠지만,
마지막 달, 한해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자꾸만 멍해진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연습 중이다.
그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로 했다.
뭐, 잘 안 될 가능성이 200%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 뭐 어떠한가.
자꾸만 연습하다보면 연습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날이 오겠지.
우유부단하고 심약하고 세상 모든 걱정 다 싸안고 사는 나이지만,
그런 모습들 쪼끔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그런 내가 나는 좋다.
나는 내가 좋다.
(맥주 한캔 마시면서 '이산'이나 보러 가야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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