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에 해당되는 글 6

  1. 2010.06.13 벼락치기 10
  2. 2010.03.18 늦은 밤 4
  3. 2009.04.28 그냥 그런 이야기 8
  4. 2009.01.10 오늘 2
  5. 2008.12.11 요즘 2
  6. 2008.08.01 8월 4

벼락치기

아, 역시 오랜만에 공부라는 것을 하고
시험이라는 것을 보려니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정도일 줄이야.
나름 잘, 열심히 할 줄 알았는데
웬 걸.
학교 때는 통하던 벼락치기, 하룻밤의 신화는
이제 머언 먼
남의 얘기 ㅠ
하아
공부하려면 일단 인터넷 선 부터 끊어야.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종일 자학모드였다가
다소나마 기운 회복.

어쨌든, 일주일
벼락치기가 효율적이길 빌며.

늦은 밤

  이렇게 혼자 깨어 있는 것이 좋기도 하고 반면 참 외롭기도 하다. 문득 돌아보니(사실 돌아보기 후회하기 지난일 속속들이 들춰내 다시 생각하기는 내 특기이다) 3월도 반이 지났다. 3월도 반이 지났다, 라고 쓰고서도 실감은 잘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요즘엔 시간이 참 빠르다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언가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내 기준에서 큰 변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한데 아직까지 그 변화 속으로 일백프로 걸어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일까. 주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살아가던 나를 다소나마, 혹은 고무적으로 부풀어 오르게 했던 설렘 비슷한 무언가가 벌써 기운이 쇠하나 보다. 낮게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밤이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데, 이제 그런 가라앉음은 사양하고 싶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고 마음이 그만큼 크는 것은 아니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지 않았던가. 자책하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약해지지 말고 툭하면 글썽이지 말고 너무 곤두서지도 말며, 나를 생각하자.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밤. 뜬금없이 샘솟는 자기애. 지하철을 타기 전 타게 되는 버스가 첫 직장 앞을 지난다. 불이 켜져있기도 하고 꺼져있기도 한 그곳을 버스 안에서 바라보면, 마치 타인처럼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오 년이 지났으니 나는 오 년 만큼 성장한 것일까를 생각하다, 그런 따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타인의 삶 같은 시간. 그래도 그 시간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여 더 슬픈가.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구멍 숭숭 빈틈투성이인 내가. 생뚱맞은 결론일지라도.

그냥 그런 이야기



잘 모르겠는 요즘의 나.
그런데 사실 곰곰 생각해 보면
나란 사람은 늘 어중간하거나 모르겠거나 자신없거나, 그랬던 것 같아.
소설만 해도, 달려들어서 열심히 쓰거나 안 쓰거나 하지 않고
내가 정말 소설이 쓰고 싶은 걸까, 쓰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를 늘 고민했었지.
생각해보니 참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네.
모든 일에서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정말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는 것을 참 두려워 했었어.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힘이 들었던 거겠지.
어쩌면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건지도.
잘 들여다봐. 겁내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내 마음을. 그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어쩌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정리하려 하지 말고 정의 내리려 하지 말고
그냥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건데
거기에서 이유를 찾으니까, 확실하게 정리하려고 하니까
자꾸만 본질에서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건 아닐까.

오늘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써보겠다고 노트북을 짊어지고 도서관에 갔다.
무겁다고 투덜대며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왔다갔다 시간만 낭비할 뿐 소득 없이 돌아오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모락모락.

이럴 때 나는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기도 하다.
도착하자마자 계간지에 실린 소설들을 읽어대다가 배도 고프지 않은데 매점에 내려가 컵라면을 해치우고
그리고도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놋북 부팅.
엄한 한글 화면만 주구장창 째려보다 돌아왔다.
쓰려고 하는 맘이 중요한 거다, 시작이 반이다, 이런 알량한 말들을 중얼거리며 도서관을 나오는데
놋북은 왜 이렇게 무거운 것이며 날씨는 또 왜 이다지도 춥단 말인가.

쓴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일까.
어쩌면 나는 키보드를 두르려대는 행위만을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달에 한편 쓰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인데, 과연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실은 지인과의 약속이다)
단순한 자기 만족일지라도 완성해서 고치고 또 고치고 싶다.
오늘부터 소설쓰는 밤의 시작이다.
건필!


+
사모해 마지않는 김연수 님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괜히 내가 설레는 이유는 뭐지? 왜 내가 뿌듯한 것이냐.
모쪼록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는 바이다.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은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요즘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를 다시 읽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의 결을 달라지게 했던 순간들과 느낌들을 남기고 싶은데
막상 또 먹먹해지고 만다.
꽤 오래 됐다, 이런 상태.
읽긴 읽지만 남기지 않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영화를 봐도 책을 읽어도,
살아가는 순간 순간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그 무엇을 느껴도.
짐짓 혹은 애써 모른척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답도 없는 건데 무에 그리 어렵다고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이러다 정말 한 글자도 못 쓰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
조금씩이라도 느낌을 생각을 갈무리해 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내 이야기를 쓰는 날도 오겠지.
좀 전에 봤던 드라마 '메리대구공반전'에서 대구가 말했는데.
"한 페이지일지언정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다"고.
부끄럽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한 해가 끝나간다 생각하니 부쩍 울적해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1월엔 그리운 친구가 돌아온다.

좀 더 어른스럽고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만나길 기다리며,
괜히 센치해져서 몇 자 끄적여본다.

8월

어김없이 시간이 흘러 이제 8월의 시작이다.

지난 몇 달 간은 불안과 피로에 찌들어있었던 듯 하여,

대체 왜 그랬지?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마음이 지치고 그 지침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져 급기야 아파서 결근하는 사태에 링겔까지 맞게 됐다.

어쩌면 도망가고 싶어 스스로 아프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없이 나약한 나를 보면서, 어째 이런가 생각하다,

그래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 걸 웃고 말았다.

그리고 누구든 그랬을 거라고 내 마음을 토닥인다.


지나간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말자.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한번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이러면서도 아직도 온갖 걱정을.. 엄마 일이 잘 해결돼야 할텐데 ㅠ)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하는 다짐이지만,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좀 더 의연해질 수 있으리라.

내일은 조조로 영화를 보고 도서관도 가고, 수다도 왕창 떨어야지.

즐겁고 행복하고 따뜻한 주말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나와 당신, 그리고 당신들께 행복한 8월, 행복한 하반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