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를 다시 읽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의 결을 달라지게 했던 순간들과 느낌들을 남기고 싶은데
막상 또 먹먹해지고 만다.
꽤 오래 됐다, 이런 상태.
읽긴 읽지만 남기지 않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영화를 봐도 책을 읽어도,
살아가는 순간 순간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그 무엇을 느껴도.
짐짓 혹은 애써 모른척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답도 없는 건데 무에 그리 어렵다고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이러다 정말 한 글자도 못 쓰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
조금씩이라도 느낌을 생각을 갈무리해 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내 이야기를 쓰는 날도 오겠지.
좀 전에 봤던 드라마 '메리대구공반전'에서 대구가 말했는데.
"한 페이지일지언정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다"고.
부끄럽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한 해가 끝나간다 생각하니 부쩍 울적해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1월엔 그리운 친구가 돌아온다.

좀 더 어른스럽고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만나길 기다리며,
괜히 센치해져서 몇 자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