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프로젝트'에 해당되는 글 3

  1. 2016.03.24 2016 이른, 봄 2
  2. 2015.06.28 소극적 소극장 장마-차세정
  3. 2014.10.05 각자의 밤 당신들의 밤 2

2016 이른, 봄

피톤씨를
이른 봄에 만났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공연 때 쯤이면 통증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래도,
가길 잘했다.

근사했던
이른 봄밤.

소극적 소극장 장마-차세정












에피톤프로젝트의 소극장 공연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란스러운 날들이어서
괜시리 더 마음이 분주했던 날.

오랜만의 언니는 고된 시간 속에서 단단해져 있었다.

너무나 뜨거운 열기 속이라
오히려 고요해 지고 말았던 토요일 오후 네 시와 다섯 시 사이에
난생 처음 가본 성수동 골목길에서
우리는 낮술을 마셨다.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연장 안은 비 비 비 빗소리.

가만히 앉아서
간혹 아득해지며
각자의 여행을 했다.

차세정씨 오랜만이에요.
터미널을 부를 때 울컥 하는 것 같던데
그 사이 이 사람에게
사랑이 지나갔는가,
혼자 생각해 보았다.

공연 시작 전과
후의 무대는 미묘하게 다르다.

너무나 빨리 지나간 시간.
아쉽고 아쉬워
편의점에서 맥주에 빨대를 꽂았다.

여름이,
왔구나. 생각했다.


덧) 혹시 공연 관계자 분이 보실까?
빗소리를 연출한 무대가 참 좋았는데 한껏 분위기에 취할라치면 물이 제대로 떨어지나 확인하는 분이 시야에 들어와서 흐름이 깨졌다.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데 세정씨 뒤로 여자분이 자꾸 물 상태를 확인하고 가셔서(그것도 너무나 유심히 오래ㅠㅠ) 나중에는 좀 화가 났다. 내 자리는 다열이었다. 다열에서는 다 보인다. 분위기가 생명인 에피톤공연에서 이건 아니지 싶다.
그리고 기타 연주가 세정씨 목소리를 묻어버릴 정도로 컸던 점도 아쉬웠다.
세정씨 공연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워 말이 길어졌다.

각자의 밤 당신들의 밤


기다리던 피톤씨의 공연이 있던 시월의 휴일.
그간의 피로가 몰려와 늦게 일어났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배를 채우고 올팍에 내리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아 예쁘다.

입구에 이렇게 이쁜 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커플들의 공습으로
혼자인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하늘이나 찍고 있었다.
하아 나도 이 앞에서 찍고 싶었어ㅜㅜ

날씨가 많이 차가웠다.
급조한 담요덕을 톡톡히 보았다.

저 안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좀 멀리 돌아 다녀왔더니 이미 공연장엔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담하고 그래서 좋았다.
화면에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소리,
공연 시작 전 반옥타브쯤 올라가 있는 상기된 공기, 낮은 음악.

불이 꺼지고,
각자의 밤이 흘러나온다.

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저절로 어깨를 들썩였다.
화면에
음악과 함께 글귀들이 지나갔는데
너무 좋아서 마음이 글썽이고 벅찼다.

그리고 그가 등장했다.
무대장치 뒤에서 연주하고 있던 그가.

아 멋있다.
연주하는 모습이 참 근사하구나.
각자의 밤은 연주곡인데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싶었다.

무대는 멀어졌지만
이 순간
나 참 행복했다.
두근두근 벅참벅참.

야외 공연이라 변수가 많았고
이 점은 파스텔 쪽에 항의를 하고 싶었으나,

가을밤 만난 각자이며 함께였던 밤은
충분히 좋았다.

어엿한 3집 가수라며 웃던 그는,
예전의 수줍음은 다소 사라진 것 같았으나
여전히 차세정이었다.

혼자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
혼자 어색했지만
혼자여서 좋았다.

꽤 괜찮았던 시월의 밤.
가을밤, 그 안에서 가슴아프고
그래도 제법 담담했던 나를 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