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에 해당되는 글 3

  1. 2015.08.04 -
  2. 2008.08.24 어느새, 가을 2
  3. 2008.07.06 무방향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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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팔 월의 시작.
어쩌지를 못하겠는 마음.

어느새,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어느새, 가을이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더니 그 말이 맞긴 맞나보다.

계절에 민감해지고, 그것에 몸이, 아니 그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요즘들어 마음이 많이 약해졌음을 느낀다.

어느때고 글썽이는 마음, 요즘 내가 그렇다.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들, 얼굴 보고 안부를 묻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이제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도 서툴러져, 반의 반도 표현해내지를 못한다.

이 아릿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이럴 때는 말이란, 혹은 글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기운이 빠진다.



쓸쓸하다고 말하기엔 뭔가 미진한, 알싸한 밤.

무방향 버스

  "한 대의 버스는 매일 똑같은 길을 지나게 되어 있어. 똑같은 건물을 지나고, 똑같은 다리를 지나고, 똑같은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버스에는 어떤 '정형'이 만들어지고, 버스의 생김새 역시 일정한 방식으로 변모하게 되는 거다. 사람이 환경에 의해 변해가듯 버스 역시 마찬가지란다. 먼지가 많은 도로를 지나는 버스는 먼지의 틀 같은 것이 곳곳에 스며들 수밖에 없지 않겠니. 그런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버스 역시 나름대로 지치는 거다."

  "그럼 238번은 어떤 버스인데요?"

  "10년 동안 한 번도 길이 바뀌지 않은 버스야. 가끔씩이라도 노선이 바뀌는 버스들은 그나마 무방향 버스가 될 확률이 아주 낮지. 하지만 238번 같은 경우는 말야, 새로운 길도 생기지 않았고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게다. 무방향 버스가 될 만하지."

  농담을 하고 있나 싶어 강과장의 옆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는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담배향이 진했다.

  "너희 어머니는 아마 무방향 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무방향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하지만 무방향 버스를 알아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거든."

  "무방향 버스를 타고 어디로 사라지는 거죠?"

  "거참,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니. 나도 타본 적이 없는데."



- 김중혁, <무방향 버스 - 리믹스, '고아떤 뺑덕어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