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이 답다는 건 어떤 걸까.
내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지금 현재의 내 나이는
무언가 당연히 이루고 모든 일에 담담하거나 당당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나이로 살아가는 지금의 내 모습은 그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가끔 내가 그 나이가 맞나 심각하게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있다.
요즘들어 나이답지 못한 내 모습에 화도 나고 자책도 많이 하는데
실은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나이답지 못하든, 어른스럽지 못하든, 그것도 나인 것을 어쩌겠냔 말이다.
올해 초 시덥잖은 계획을 세우며
나를 좀 더 사랑하고 자책하는 습관을 줄이자 생각했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머리속에서 뒤엉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도망갈 구실을 만든다.
문제는 도망가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며 완전한 모른척은 하지 못한다는 거다.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면서 막상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결하거나 말 그대로 똑소리나게 해결하는 게 하나도 없어 너무나 속이 상한 요즘이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당연한 거다.
그치만, 그 당연한 사실이 서글프다.
그래도 이만큼 살았는데, 성인인데, 시집을 갔으면 애도 있을 나이인데
나는 왜 이다지도 나약하고 어리고... 스무살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나이가 먹는다는 건.. 이런 시행착오와 불안한 마음들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일까.
크게 보이는 일도 담담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것,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같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나이듦일까.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잘 될 거라 하루에도 열두번씩 되뇌이지만 그보다 더 많이 흔들리고 불안해하고 있음을 안다.
그래. 과정이니까, 그리고 이 시간도 반드시 지나갈 거니까.
모든 상황들이 잘 해결되리라고 믿는 수밖에. 그리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그러고 나면 나는 좀 더 나이들어 있을 것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자.
곧, 모든 것이 좋아질 거다.
좋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