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말을 걸어올 때,


  어떤 사물이, 또는 사람들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그렇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보거나 듣는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마음을 울릴 때도 있지만 오래도록 잊혀졌다가 살그머니 살아나 제 어깨에 손을 올려놓기도 합니다. 그때, 그 손길에 돌아보고 그 말뜻을 되새기고 받아적는 제 손은 한없이 굼뜨고 무딥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 무성히 벋은 뿌리에 든 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작 말라죽은 가지 하나를 붙들고 뒤척일 때가 더 많습니다.

이혜경, 제47회 현대문학상 수상 소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