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마음

엄마가 퇴원을 하셨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억울하고 아팠던 것이야 말로 다 할 수도 없고
말로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이제 그 타령은 그만 접어두기로 하자.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하자.
이제 남은 것은 퇴원 후 진행될 일에 대한 꼼꼼한 마무리와
엄마의 쾌유. 그리고 피폐해진 스스로를 다독이고 정리하는 것.

일년이 송두리 째 지나간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별 일 아닌 일일지 몰라도 내게는 너무 벅차고, 힘든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 될지 모르지만(교통사고, 이제 나에게 물어보시라 -_-)
지금 당장은 그저 맥없이 멍할 뿐이다.
아무리 이만하길 다행이다 다독이지만 그것은 한낫 말일 뿐 결국 나는 이렇게 힘들다 힘들다 갖은 엄살을 피고 있다.

어쨌든,
엄마가 퇴원 하셨다.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 사실만으로도 한시름 놓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가 미역국에 밥을 말아 주셨는데
아 정말 밥알 둥둥 뜬 미역국에 눈물 양념 칠 뻔 했다.

많이 배우고 많이 힘들고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보험사를 상대하며 안그래도 심약한 성격이 도를 지나쳐
문구 하나에도 벌벌 떨며 하루 종일 고민하는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찌하랴. 성격이 그런 것을.

지금 나는 너무 멍하다.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애를 태운 것이 억울하다.
누가 뺏어간 것도 아닌데,
시간은 그냥 저 흐르는 대로 흘렀을 뿐인데,

나는 내 그 소중한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아주 더럽고, 그래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화가 난다.
서럽다.
철퍼덕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두 다리 뻗대며 엉엉, 울고 싶다.
누가 뭐라고 했나? 누가 나보고 너 왜 그정도 밖에 못했니, 질책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런데도 지금 나는 누군가를 붙잡고 변명이든, 푸념이든, 그러고 싶은 거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