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지난 백년 동안 수없이 많은 동양인 이민자들이 그렇게 젖은 눈으로 금문교를 바라봤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문교에는 수많은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귀를 기울이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학은 그런 목소리를 외부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존재가 그 목소리로 증명된다. 반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들, 즉 입술이 없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서 말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본디부터 정치적이다. 금문교를 바라보면서 나는 문학이란 그들을 대신해 소리를 내어줌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문교가 있는 한, 누군가는 이민자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을 드러낼 것이다.
  치카노 문학이라는 것 역시 그런 식으로 형성됐을 것이다. 버클리에서 문학행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까닭 역시 여기에는 아직도 말을 빼앗긴 존재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한국에는 이제 더이상 말을 빼앗긴 존재가 없다는 뜻일까? 금문교를 바라보면 그런 의문이 자꾸든다.

<중략>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쓰게 될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혹시 한국에서 자꾸만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까닭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문학이란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쓸 수 있을 때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하면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써야만 하지 않을까?

- 김연수, <여행할 권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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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문학이란, 문학이란.....
킬킬대며 웃다가 멈칫, 마음이 숙연해지는,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는, 읽었던 문장을 다시 한번 꼼꼼히 되짚어 보게 되는 김연수의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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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꽤 괜찮은 책을 만난 듯하여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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