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언제나 운모조각처럼 얇았고, 작은 소음이나 커튼 틈으로 스며든 빛살에도 쉬 바스러졌다. 큰 독에 장아찌 담그듯 차곡차곡 집어넣고 넓적한 돌로 단단히 눌러놓은 기억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돌의 무게를 견뎌내고 솟구치려는 기운은 밤이면 더 기승했다. 하루에 너댓 편의 꿈을 꿨다. 꿈속에서, 발효해버렸으면 싶은 기억은 양념이 다 삭아 어우러진 신김치 속에서도 제 맛을 주장하는 생강조각처럼 도드라졌다.
- 이혜경, 섬
* 마음에 결을 남기는 문장들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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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awls 2008.07.02 01:59
아아...
계간지에서 발견한 좋아하는 작가 이름... 혹시 이혜경이었어?
웅~ 난... 네 블로그 덕에 반가움이 가득!!!
새 소설 나온 거야? 읽고 싶다. -
ckawls 2008.07.04 02:31
앗, <틈새>에 있던 거구나.
듣고서도 까맣게 기억이 안나서 책 찾아보고 알았어.
무척이나 깊게 남았던 작품인데 정작, 제목은 낯서네... 실상은, 제대로 읽지 않았단 얘기. ^^;
오늘 책을 집어들었는데, 재생용지로 만든 건 줄 새삼스레 알았다, 어찌나 가볍던지...
이래 저래, 누구 책이랑 영 달라.
무지 무지... 맘에드는 작가와 책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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