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언제나 운모조각처럼 얇았고, 작은 소음이나 커튼 틈으로 스며든 빛살에도 쉬 바스러졌다. 큰 독에 장아찌 담그듯 차곡차곡 집어넣고 넓적한 돌로 단단히 눌러놓은 기억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부글부글 끓어 넘쳤다. 돌의 무게를 견뎌내고 솟구치려는 기운은 밤이면 더 기승했다. 하루에 너댓 편의 꿈을 꿨다. 꿈속에서, 발효해버렸으면 싶은 기억은 양념이 다 삭아 어우러진 신김치 속에서도 제 맛을 주장하는 생강조각처럼 도드라졌다.

- 이혜경,  섬


* 마음에 결을 남기는 문장들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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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oise 2008.06.23 12:53 address edit & delete reply

    저런 글을 보면...
    정말 나따위의 글같은 것은..ㅠ_ㅠ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 BlogIcon wonjakga 2008.06.23 13:39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저도 마찬가진 걸요 ^^
      그저 감탄할 따름이지요.
      이혜경, 제가 참 좋아하는 소설가랍니다.
      기회되면 한번 읽어 보세요-

  2. jooplay 2008.06.23 16:00 address edit & delete reply

    뭐냐 저거 미사여구가 하도 많아 뭔소린지 하나도 못알아먹겠네

  3. ckawls 2008.07.02 01:59 address edit & delete reply

    아아...
    계간지에서 발견한 좋아하는 작가 이름... 혹시 이혜경이었어?
    웅~ 난... 네 블로그 덕에 반가움이 가득!!!
    새 소설 나온 거야? 읽고 싶다.

    • BlogIcon wonjakga 2008.07.02 09:40 신고 address edit & delete

      반가운 이름이지.
      요건 소설집 '틈새'에 수록된 작품이야.
      작년인가.. 언니가 선물해줬던 ^^

  4. ckawls 2008.07.04 02:31 address edit & delete reply

    앗, <틈새>에 있던 거구나.
    듣고서도 까맣게 기억이 안나서 책 찾아보고 알았어.
    무척이나 깊게 남았던 작품인데 정작, 제목은 낯서네... 실상은, 제대로 읽지 않았단 얘기. ^^;
    오늘 책을 집어들었는데, 재생용지로 만든 건 줄 새삼스레 알았다, 어찌나 가볍던지...
    이래 저래, 누구 책이랑 영 달라.
    무지 무지... 맘에드는 작가와 책이야!!! ^^

    • BlogIcon wonjakga 2008.07.04 09:02 신고 address edit & delete

      누구책이랑 영 다르다니.. 역시 언니야 ㅋㅋ
      나도 매번 읽고 잊어버려.
      심지어는 거의 다 읽고 나서야 읽었던 소설이라는 걸 알기도 하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