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잠깐의 여유를 부렸다.
병원에 들렀다 나오는 길
볕이 너무 좋아, 어지러웠다.
곤두서있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
지난 봄 이쁜 맘이 담긴 할리스 기프트콘을 이제야 사용했다.
맘이 담긴 카페라떼 한잔과 베이글을 앞에 두고 이제 6월이구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생각을 했다.
요즘 출퇴근 시간에 보곤 하는 '장미없는 꽃집'을 보다가
한 시간을 채 못 앉아 있고 나왔다.
멀리 내리는 버스를 타고 집까지 걸으며 휘마로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셔터를 누른 지 한달도 더 되었다.
뭉텅이로 잘려나간 것만 같은 그 시간과 그 원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억울했다.
그로인해 하지 못했던 일들과 흘러가버린 날짜들.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마음들을 다스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방법을 모르겠다.
왜 이다지도 어리석은가 말이다.
이러다 내가 상하고 말겠다. 알면서도 계속 스스로를 상하게 하고 있다니.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