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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7 송재경 공연 (5)

송재경 공연

송재경.
이 사람, 참 근사하다.

9와 숫자들의
12월의 춘천 공연과 4월의 홍대 공연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혼자하는 공연 소식을 들었다.
예매를 했지만 지정 좌석이 아닌
선착순 입장이었다.
일찍가리라 마음 먹고 나선 길이었다.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어폰을 꼽고 멍 때리다가 몇 정거장을 더 가고 말았다.
익히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경희궁 뒷골목에서 또 함참을 헤맸다.
요즘 매사가 이런 식이다.
잘 해야지 하는 일에서
실수를 하고 허둥대고
그래서
왜 이리 자신이 없어요? 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이내 시무룩해지고 마는 그런 날들.

여하튼
그리하여 허둥지둥 경희궁 근처의 여유로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도착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이미 그의 고정(?)팬들이 앞자리를 다 차지한 상태였다.
쭈볏쭈볏 자리를 찾다가
사이드 테이블에 앉아도 된다길래
맥주 한잔을 주문해서 오도카니 혼자 앉았다.
허리에는 많이 무리가 될 것 같았지만
일반 좌석보다 높아서 무대가 잘 보일 것 같았고
무엇보다 혼자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그가 앉은 방향이 내 쪽이어서
너무나 가깝게 듣고 볼 수 있었으니.
작은 공간을 꽉 채우던
그의 목소리
기타소리.
음원으로 듣지 못했던,
흔한 표현이지만 주옥같은 미발표곡들.
맥주 때문이었나
아님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스티로폼의 기타소리와
즉흥적인 것으로 보인, 그럼에도 너무나 근사했던
그가 두둥두둥 기타 바디를 두드리는 소리에 맘이 글썽였다.
손금,을 들을 때는
아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일렁여서 혼났다, 울지 않으려고.
어찌 이런 가사를 쓰는 걸까.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인 이 사람은
어찌 이리 근사하고
어찌 이리 어른 같은가.
어찌 이리 타인을 위로하는가.

공연이 끝나고
팬들과 다정히 인사해주는 그를 멀리서 보다 나도 사진 찍기를 청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악수도 청했다.
바들바들 떨면서.

혼자 터덜터덜 경희궁 뒷길을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너무 쓸쓸한 거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니 거의 매 순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불러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런데 또 그 쓸쓸함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신기했다.
적당한 쓸쓸함이었다고 해야 할까.

봄밤
봄의 밤
그랬던 밤.

그나저나
손금이 음원으로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공연 중간에 한 번 더 불러줘서 얼마나 좋았던지!
솔로곡 나온 지 너무 오래 아닙니까!!

Trackback 0 Comment 5
  1. BlogIcon GoldSoul 2017.04.20 21:4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아, 저도 9와 숫자들 3월 마지막날 공연 다녀왔는데.
    이런 공연이 있는지 몰랐어요. 좋았겠다-
    나는 요즘 완전 쓸쓸한 소설 읽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현정씨가 부러워요. 봄밤에 혼자서 마음껏 쓸쓸했잖아요. :-)

    • BlogIcon wonjakga 2017.04.20 21:5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앗! 저는 4월 첫날 저녁 공연이었어요!! 유예와 보물섬 공연. 같은 날은 아니었지만 반갑고 신기해요. 어쩜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요 :) 그날 공연도 너무 좋았어서 계속 두근했었어요.
      쓸쓸한 거는 근데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너무 오래인 것 같아서요 으흣. 그치만 금령님 마음도 알 것 같아요 어떤 맘인지

  2. BlogIcon GoldSoul 2017.04.22 13:5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저는 수렴과 발산 + 유예 공연 봤어요.
    유예 첫 곡이 시작될 때 너무너무 좋았어요!
    맨날 이어폰으로 듣던 노래를 직접 들게 되다니, 하면서.
    저는 사실 그때 처음으로 멤버들 얼굴을 다 봤는데, 병덕씨 얼굴에 푹 빠져 있었어요. 크크-
    연주하면서 너무 기분 좋게 웃으시더라구요. 그 웃음에 반해버렸다는! +_+
    요즘은 착해보이는 얼굴이 좋아요. 흐흐-

    • BlogIcon wonjakga 2017.04.22 14:07 신고 address edit & delete

      맞아요 맞아요 웃음이 너무 청량해요. 저절로 따라 웃게 하는 힘! 저는 9숫 공연에 가면 멤버들이 오랜 시간 맞춰온 그 시간들이 느껴져서 좋아요. 그 합이 좋다고 할까요. 아주 오래 좋아하는 일을 이어온 사람들의 즐거운 에너지랄까. 그래서 자꾸 가고 싶은 것 같아요. 5월에 서울미술관에서 하는 공연은 1분만에 매진돼서 실패했어요 흑흑

    • BlogIcon wonjakga 2017.04.22 14:0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발견한 곡은 착한 거짓말들!! 후주부분이 너무나너무나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