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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4 지하철 예의 9

지하철 예의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하루 왕복 두 시간 남짓을 타고 다니다보면
정말 가지가지 사람들을 다 만난다.
개념을 쌈 싸드신 분들이 어찌나 많으신지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어느새 내 스트레스지수에는 빨간불이.
오늘 퇴근길 역시 한 분 낙찰.
함께 퇴근하던 일행이 내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남정네.
핸드폰 통화 시작. 요이땅과 함께, 결코 나직하지 않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 정말, 내가 딱 싫어하는 말투로 '우리 연이'를 거듭 부르는데......
우리 연이, 공부해?
우리 연이, 이번에 오빠네 엄마한테 인사 올까? 인사 오자~(이건 대체 어디 문법이야. 인사를 오자니?)
아이. 정식으로 오는 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엄마가 너 보고싶어해.
(나보다 나이도 많아보이던데, 개인적으로 그 나이에 엄마엄마 하는 남자 딱 싫어)
엄마가 자꾸 선보래. 아니, 연이 때문에 싫다고 했지.
우리 연이, 유학가면 아가는 언제 낳을 거야?
우리 연이 공부 끝날 때 쯤 갖는 건 어때?
음, 나 서른 여섯 쯤, 우리 연이 서른 넷 쯤이면 될 것 같아.
(하도 우리 연이 우리 연이 하길래 난 한참 어린 연인인 줄 알았건만.. 겨우 두 살 차이였는데 완전 애기 대하듯!!)
유럽은 복지가 잘 되어있어서 괜찮아. 그럼~ 프랑스 같은 데.(제발 좀 떠나라)
우리 연이 좀 쉬어야지?(그래 제발 좀 쉬어!!!!)
우리 연이 우리 연이....
정말 내 눈 앞에 그 우리 연이가 있었으면 보고 있던 주간지로 뒷통수를 냅다 후려쳤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 귓가를 맴도는 우리 연이... -_-
너무 시끄럽고
많이 심하게 오래 통화를 한다 싶어서
내 사나운 눈으로 계속 째려봤건만, 대놓고 째려봤건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조곤조곤 우리 연이와 대화하던 그 남정네.
결국 30분이 지나 내가 내릴때 까지도 우리 연이님과 통화 중이셨다.
안 들으면 그만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바로 옆에서 조곤조곤 떠드는 이야기가 어찌 안 들릴 수 있을리오.
불행히도 이어폰 하나 없던 나는, 주간지 한페이지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계속 째림만 하다가 내렸다.
아아.
개념들은 좀 챙기고 살자.
최소한 손으로 가리고 통화를 하든지. 집에 가서 하라고. 별 중요한 얘기도 아니건만.
아 정말 내 머리 비었소, 그리도 자랑하고 싶단 말인가.
아아.
디엠비를 이어폰 없이 시청하는 일이 다반사인 마당에 이 정도는 애교인 것인가.
아아아.
나는 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아아아아.
정말 싫다. 무개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