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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1 원냥 10

원냥


삼청동을 걷다가 인사동 쪽으로 내려가려고 풍문여고 쪽을 지나는데
나도 모르게 앗, 하다가, 아닌가, 했더랬다.
저만치서 걸어가고 계시는 박완서 선생님.
예상보다 훨씬 젊어(?) 보이셔서 비슷한 분인가 했는데 맞았다.
동행했던 언니와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졸졸 쫓아가서 사인을 부탁드렸다.
책이 없던 것이 안타까웠다. 내게 있던 것은 마법스프 다이어리 뿐.
평소 너무도 좋아하던 일러스트가 선생님 앞에서는 어찌나 민망하던지.
곱고 작고 그러나 강한 느낌.
그 앞에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 따윈 감히 할 수가 없어 침 한번 꿀꺽 삼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원현정 양, 이라니. 이런 호칭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내가 원냥으로 불린다는 것을 아셨던 것인가! ㅋㅋ)

소설가, 라는 이름.

언젠가, 그 분 앞에서 그날을 회상할 날이 있을까?


+) 울퉁불퉁한 내 손이 밉지만 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이 사진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