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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마지막 떠남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이게 올해 마지막 여행이라는 걸.
연말이라는 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어찌됐든, 목적지는 순천.
이모가 가고싶다가고싶다 노래를 불렀던 그 갈대밭.

운전 못하는 우리는 뚜벅이.그래서 한정된 코스.
순천만정원은 겨울이라 아무것도 볼 게 없을 것임을 알고도 갔다.
정원과 순천만 두 곳 합쳐
5천원이었으니까 슬쩍 들러도 괜찮지 싶었다. 게다가 며칠 뒤면 8천원으로 오른다고도 하고.
역시나 겨울이라 황량했으나
색깔있는 계절엔 괜찮을지도.

그러나 나는 인공적인 곳보다는있는그대로의 것들이 좋다.

대충 수업 듣는 학생마냥
건성으로 어슬렁거리다가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으로 이동.
탑승료가 5천원이라 비싸다 싶었지만
슝슝 나름 재미가 있었다.

순천만 갈대는 여전히 안녕하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보다는
다소 지친 느낌이었지만. 응?


작년에는 내 여행이 아니라낙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부러 일몰 시간에 맞췄다.

용산 전망대까지 헉헉대며 올랐으나

탁트인 풍경에 만족해야 했다.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오더니
지는 해를포오옥 덮쳐버리더라.
아. 아쉽다.
순천만에 되비치는 노을을 보고싶었는데.
그러나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빠르게 포기하고 부지런히 걸어내려와 꼬막+게장정식을 흡입했다.

숙소는 요기.
일요일이라 평일요금인 5만원에
깨끗한 숙소에 짐을 풀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들은 젊은이들의
짝짓기? 장소로 변질된 것 같아 선택한 곳인데 마음에 든다.
작고 깔끔한 이곳에서
그러나 나는 급체로 밤새 구토를...ㅜㅜ

다음날은 결국 일찍 움직일 수가 없었고 느즈막히 선암사로.
초입에 있던 나무들. 편백나무였던가.

아.
나는 왜 이다지도 나무가 좋은 걸까.
전생에 나무였나?


몸상태가 괜찮았으면
템플스테이를 해볼까 했었는데
며칠을 이어지는 기침도 그렇고
안되겠다 싶었다.

와서 보니 다음에 꼭 여기서
하루 묵어야겠다는 마음이 먹어졌다.





버스로 다니기엔 참으로 비효율적인 순천이라 결국 낙안읍성은 가지 못했다.
이모가 많이 아쉬워했지만 이번엔 여기까지.

갈 땐 KTX 올 땐 버스.
기차 너무 비싸다.
평일이라 밀리지 않아 버스도 탈 만했다.

이번 여행은 뭔가 계속 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쓸데 없는 근심 같은 것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특기가
유난히 더 발휘됐다고나 할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바로 후회했다.

여행을 갔으면
좀 다 잊자.

내년에는 꼭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