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공연

송재경.
이 사람, 참 근사하다.

9와 숫자들의
12월의 춘천 공연과 4월의 홍대 공연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혼자하는 공연 소식을 들었다.
예매를 했지만 지정 좌석이 아닌
선착순 입장이었다.
일찍가리라 마음 먹고 나선 길이었다.
생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어폰을 꼽고 멍 때리다가 몇 정거장을 더 가고 말았다.
익히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경희궁 뒷골목에서 또 함참을 헤맸다.
요즘 매사가 이런 식이다.
잘 해야지 하는 일에서
실수를 하고 허둥대고
그래서
왜 이리 자신이 없어요? 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이내 시무룩해지고 마는 그런 날들.

여하튼
그리하여 허둥지둥 경희궁 근처의 여유로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도착한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이미 그의 고정(?)팬들이 앞자리를 다 차지한 상태였다.
쭈볏쭈볏 자리를 찾다가
사이드 테이블에 앉아도 된다길래
맥주 한잔을 주문해서 오도카니 혼자 앉았다.
허리에는 많이 무리가 될 것 같았지만
일반 좌석보다 높아서 무대가 잘 보일 것 같았고
무엇보다 혼자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그가 앉은 방향이 내 쪽이어서
너무나 가깝게 듣고 볼 수 있었으니.
작은 공간을 꽉 채우던
그의 목소리
기타소리.
음원으로 듣지 못했던,
흔한 표현이지만 주옥같은 미발표곡들.
맥주 때문이었나
아님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스티로폼의 기타소리와
즉흥적인 것으로 보인, 그럼에도 너무나 근사했던
그가 두둥두둥 기타 바디를 두드리는 소리에 맘이 글썽였다.
손금,을 들을 때는
아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일렁여서 혼났다, 울지 않으려고.
어찌 이런 가사를 쓰는 걸까.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인 이 사람은
어찌 이리 근사하고
어찌 이리 어른 같은가.
어찌 이리 타인을 위로하는가.

공연이 끝나고
팬들과 다정히 인사해주는 그를 멀리서 보다 나도 사진 찍기를 청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악수도 청했다.
바들바들 떨면서.

혼자 터덜터덜 경희궁 뒷길을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너무 쓸쓸한 거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니 거의 매 순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불러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런데 또 그 쓸쓸함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신기했다.
적당한 쓸쓸함이었다고 해야 할까.

봄밤
봄의 밤
그랬던 밤.

그나저나
손금이 음원으로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공연 중간에 한 번 더 불러줘서 얼마나 좋았던지!
솔로곡 나온 지 너무 오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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