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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 했던가.
저 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나는 싼 값에 산 분홍빛 신발에 룰루랄라 즐거워 했더랬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신발은 찢어졌다.
저때가 4월이던가 5월이던가.
어느 때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여기에 있다.
달력을 보다 오늘 날짜에 새삼 놀라는 지금.
무심한 얼굴로 뚜벅뚜벅 흐르는 시간에 매번 당황하지만
한편으론 그 사실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까,
나도 어딘가로는 흐르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믿으면서 나 또한 뚜벅뚜벅 걷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