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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유쾌한 소설 6

유쾌한 소설

"그때부터 나도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 출판사를 좀 소개해줬으면 하는데."

설마 농담이시겠지? 아이코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직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몇 매나 쓰셨는데요?"
"60매 정도 되나. 후딱 써버렸어."

이라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원고를 내밀었다. 엉겁결에 받고 말았다.
손으로 쓴 원고였다. 지렁이가 꿈틀대는 듯한 글씨체였다. 게다가 여기저기 기괴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삽화 포함. 마유미짱이 그려줬거든."
"아, 네...."
마유미를 쳐다보니 벤치에 벌렁 드러누워 잡지를 읽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에세이 소재로 삼는다 해도 아무도 믿어줄 것 같지 않다.
"그럼, 책은 언제 나올까?"
이라부가 코를 후비며 묻는다.
"말 안되는 거 뻔히 아시죠. 겨우 60매 가지고."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몇 매 더 쓰면 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이게 어디든 편집자한테 인정을 받아야 그걸 시작으로 다음 단계를 밟는 거잖아요."
가시 돋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소설을 얕봐도 유분수지.
"그럼, 빨리 편집자에게 읽어보라고 하면 되지."
아이코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했다. 얼토당토않은 바보에게 엮인 꼴이 되고 말았다.
"기대되는데."
상대방을 낯빛 같은 건 아랑곳없이 이라부의 시선이 멀리 허공을 헤맨다.

중략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이 원고, 기대하시면 안 돼요. 신인상 응모라는 건 어디서 하든 할 때마다 천 통이 훌쩍 넘으니까."
"걱정 없어. 난, 자신 있다니까."
이라부가 힘주어 말한다.
이렇게 착각이 심한 인간이 또 있을까. 대체 생각은 하고 사는 걸까?
"작가는 좋겠다. 아~ 동경해 마지않는 인세 생활."
"그럼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대부분은 원고료 받아서 먹고살고, 평균 연소득은 큰 출판사 사원보다 훨씬 못하다구요."
"그래?"
이라부가 의외라는 듯 아이코를 쳐다봤다.
"그래요. 별 볼일 없어요."
"쳇 뭐야, 그럼 나 관둘래."
이라부가 짧은 다리를 앞으로 뻗댄다.
"뭐, 베스트셀러를 내면 억만장자가 되긴 하지만."
"역시, 하는 게 낫겠어."
다리를 다시 끌어당긴다.
상대하는 게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정말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선생님, 자꾸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강박증 치료도 좀 생각 좀 해보세요."
"맞다, 그렇지."
머리를 긁적거린다.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中


엉뚱 천진난만 정신과 의사 이라부, 아~ 만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푸핫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복잡할 게 뭐 있나.
어찌보면 모든 건 너무나 단순하고 담백한 걸.
징징대며 상담을 청하는 환자에게 한 마디 반문으로 고민의 근본을 보게 하는 이라부.
뭐야, 의사 맞아? 하다가도 어느새 그 한마디에 생각을 전환하고 위로받는 사람들.

나도, 이라부 선생에게 상담받고 싶다. 짧은 다리를 무리하게 꼬는 모습도 보고 싶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