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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9 역전 이발

역전 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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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의 오후는 역전 이발에서 저물어 행복했다

간판이 지워져 간단히 역전 이발이라고만 남아 있는 곳
역이 없는데 역전 이발이라고 이발사 혼자 우겨서 부르는 곳

그 집엘 가면 어머니가 뒤란에서 박 속을 긁어내는 풍경이 생각난다
마른 모래 같은 손으로 곱사등이 이발사가 내 머리통을 벅벅 긁어주는 곳
벽에 걸린 춘화를 넘보다 서로 들켜선 헤헤헤 웃는 곳

역전 이발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저녁빛이 살고 있고
말라가면서도 공중에 향기를 밀어넣는 한송이 꽃이 있다

그의 인생은 수초처럼 흐르는 물 위에 있었으나
구정물에 담근 듯 흐린 나의 물빛을 맑게 해주는 곱사등이 이발사

                                                                                                                           - 역전 이발,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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